책읽기

42.우리들 사이에 있는 불평등에 대하여

라미뉴 2020. 3. 6. 20:59

 

플루타르크는 어디에선가 짐승 사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만큼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과 한 짐승보다도 한 사람과 한사람 사이의 거리가 더 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정신과 정신 사이에는 땅에서 하늘까지 만큼 헤아릴 수 없는 층계가 있다.

 

그 안장을 보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사냥게는 그의 속력을 보고 칭찬하는 것이지 목띠를 보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며, 보라매는 그 날개를 보고 칭찬하지, 그것과 방울을 보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한 인간을 마찬가지로 그 자신의 것을 보아서 평가하지 않는가? 그는 따르는 사람이 많고 훌륭한 궁전을 가졌고 신용이 있고 연수입이 많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주위에 있다. 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자루 속에 넣은 고양이를 자루만 보고 사지 않는다. 어째서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대는 싸잡아 묶어 놓고 평가하는가? 그는 자기 것은 아닌 부분밖에는 내보이지 않으며, 그를 진실로 평가하며 판단할 자료가 되는 부분은 감춰 두고 있다. 칼의 가치를 보아야 할 일이지 칼집은 볼것이 못된다. 그 자체로 평가해야지 그 장식을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략) 부괴와 명예는 제쳐놓고 셔츠바람으로 나오게 하라. (pp.276~277)

 

우리는 습관적으로 맹목적이 되어서 이러한 차이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어떤 농군과 왕, 귀족과 상민, 관리와 개인, 부자와 가난한 자를 관찰해보면, 갑자기 극도의 불평등이 우리 눈낲에 보이는데, 그것은 그들이 입은 잠방이 차이밖에 아닌 것이다. 비겁,혼미,야심,울분,시기심이 다른 자나 마찬가지로 그를 뒤흔든다. 근심과 공포가 그의 목줄기를 잡고 있으며, 열병과 두통,통풍등은 황제에게는 면제되는 것인가? 노령이 그의 어깨를 누를 때에, 그 호위대의 궁수가 그의 짐을 내려 줄 것인가? 죽음의 공포가 그를 실신시킬때에, 그의 방에서 시중드는 귀인들의 구원으로 그는 안심할 것인가? 그가 질투를 느끼고 변덕이 생겼을 때에 우리가 큰절을 하면, 그 질투가 없어질 것인가? 황금과 진주로 장식되어 부풀어 오른 관 뚜껑은 심한 복통을 진정시킬 아무런 효험도 없다.

사물들은 소유자의 심성에 따라 가치가 생긴다.

사용할 줄 아는 자에게는 그것이 좋다.

잘 사용할 줄 모르는 자에게는 나쁘다. (테렌티우스)

 

운으로 얻은 재산은 있는 그대로를 맛보려면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소유함이 아니고, 누릴 줄 알아야만 행복하게 된다.

 

가옥이나 토지, 청동이나 황금더미가 소유자의 걱정이나 신체의 열을 치유함이 아니다.

그 소유자가 건전해야만 획득한 재물을 잘 누린다.

그가 욕심이나 공포로 고민한다면 그의 재산은 눈병 환자에게 그림 격이고 통풍환자에게 향유 격이다. (호라티우스)

 

그는 바보요, 그의 취미는 둔중하고 멍청하다. 그는 코감기에 걸린 자가 그리스 포도주 맛을 모르듯, 장식한 말 안장을 말이 누리지 못하듯,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며, 플라톤이 말하듯 건강,미모,힘,부유,기타 재물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정당한 자에게 행운이 되듯, 부당한 자에게는 화가 된다. 그리고 재화는 거꾸로 된다.

 

[ 발췌: 몽테뉴수상록1 ]


소유함이 아니라 누릴 줄 알아야 한다. 소유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누리지 못한다. 소유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소유자가 건전해야만 획득한 재물을 잘 누린다. 건전하다. 건전하다. 무언가를 계속 갈구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음일까? 갈구하다보면 만족할 수 없고 누릴 수 없으니 건전하지 않은 것이겠지. 소유자에게는 그림의 격. 각자의 성격이 각자의 운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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